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100조 원 규모를 향해 빠르게 팽창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행보가 매섭습니다. 과거 단순한 체중 감량에 머물렀던 비만 치료 패러다임이 최근 심혈관 질환 예방, 근육량 보존, 복용 편의성 개선 등으로 진화하면서 국산 신약 개발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글로벌 빅파마가 독점하던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개발 현황과 이들이 가진 핵심 경쟁력을 면밀히 분석해 드립니다.
1. 한미약품의 독주와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첫 토종 GLP-1 비만 신약 출시 가시화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 전선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기업은 단연 한미약품입니다. 한미약품이 자체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심사 단계에 진입해 있습니다. 정부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심사 기간이 대폭 단축되어, 이르면 2026년 하반기 국내 첫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중간 결과에 따르면, 위약군 대비 평균 9.75%의 체중 감소율을 보였으며 환자의 약 80%가 임상적으로 유효한 체중 감량(5%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위고비나 마운자로 등 글로벌 치료제 사용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위장관 이상 반응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경미하게 나타나 안전성 측면에서 뛰어난 프로파일을 증명했습니다.
한미약품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체중 감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손실을 보완하는 ‘근육량 보존형 비만 신약(HM17321)’ 및 이중·삼중 작용제 파이프라인을 추가 배치하여 대사질환 통합 관리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환자를 중심으로 최적화된 임상 데이터와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메가 블록버스터 진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2.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의 추격: 장기지속형 제형과 이중작용 기전으로 한계 돌파
유한양행은 주사제 중심인 기존 GLP-1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전면 재정렬하고 있습니다. 유한양행의 핵심 전략은 장기지속형 제형과 신규 타깃의 병행입니다. 단순히 자주 맞아야 하는 주사제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것을 넘어, 체중 감량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근육을 보존할 수 있는 통합적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동아에스티(동아ST)는 관계사 메타비아와 함께 이중작용 비만 신약 후보물질인 ‘DA-1726’의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시키는 이중작용제로, 체중 감소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대사 소비를 촉진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 중이며, 글로벌 임상 시험이 순항함에 따라 기존 GLP-1 단일 제제가 가진 정체기를 돌파할 핵심 카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3. 일동제약과 후발 주자들의 제형 혁신: 주사바늘 없는 경구용 및 플랫폼 기술의 진화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투여 편의성과 복약 순응도를 극대화하는 ‘제형 혁신’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보관이 용이한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핵심 목표입니다.
- 일동제약(유노비아): 신약개발 계열사인 유노비아를 통해 저분자 기반의 경구용(먹는 약) GLP-1 수용체 작용제 ‘ID110521156’을 개발 중입니다. 초기 임상 1상 반복투여 시험에서 우수한 체중 감소 효능과 안정적인 체내 축적성을 확인하며 주사제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펩트론·인벤티지랩·지투지바이오: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돕는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기존의 주 1회 투여 주사제를 ‘월 1회 투여’ 형태로 바꾸는 제형 변경 기술을 통해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 대웅제약: 미세한 바늘을 통해 피부로 약물을 흡수시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의 비만치료제를 개발하여 통증 없이 스스로 부착할 수 있는 차세대 제형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4. K-비만치료제가 마주한 과제: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선 종합적 임상 가치 입증
국내 제약사들의 GLP-1 기반 치료제 개발 속도는 눈부시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명확합니다. 현재 글로벌 비만약 시장은 단순히 ‘살을 얼마나 빼주는가’의 단계를 지나, 비만과 동반되는 심혈관 질환, 지방간(MASH), 신장 질환 등 대사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가로 경쟁의 기준이 이동했습니다.
또한 약물 중단 시 나타나는 요요 현상과 근육 손실 문제를 최소화하는 기술적 완성도가 요구됩니다. 국내 기업들이 초기 임상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규모 환자 대상의 장기 투여 유효성과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 낸다면, 글로벌 빅파마의 양강 구도 속에서도 확고한 토종 신약의 좌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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